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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남자친구와 육촌 사이였습니다.

여자 |2016.12.21 20:29
조회 120,036 |추천 37
정말 어떻게 해야하는지 얼마전부터 일도 손에 안잡히고 주위에 말할수도 없어 임금님귀는 당나귀귀 하는 심정으로 씁니다. 3년간 사귄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저희둘다 결혼 적령기라 내년쯤 결혼할 생각 갖고 있었어요. 남자친구네는 아버지가 안계십니다. 홀어머니에 외동아들이지만 사랑하기때문에 아무 문제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지난주 토요일 제 동생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온 친지 식구들이 모이는 자리이니 저도 결혼할 제 남자친구를 소개하려고 데려갔어요.. 저도 모르는 분도 꽤있고 한참을 인사 하고 인사 시키는데

"어! 안녕하세요?"하고 제 남자친구가 누군가에게 먼저 인사를 하는겁니다. 그 분을 보니 저도 잘 모르는 분이어서 저희 아버지 회사분이나 거래처 분이신지 알고 신기해하며 저도 같이 인사했습니다.. 와 이런 우연도 있구나 어떻게 아시는 분이냐 남자 친구에게 물었더니 자기 작은 아빠라고 합니다.. 그 말을 듣고 저희 부모님 표정이 확 굳으시더라고요. 알고보니 그 분은 저희 엄마 사촌 오빠셨어요.. 한마디로 저희 엄마랑 돌아가신 남자친구 아버지도 사촌 관계. 즉 저랑 남자친구는 육촌인겁니다.
정말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성씨도 달랐으니까요.
정말 이런 말도 안돼는 상황에 모두들 크게 당황했지만 일단은 어떻게 저떻게 인사하고 끝났습니다.

지금 남자친구 다시 그 얘기를 꺼내지는 않지만 몹시 혼란스러운 눈치입니다.
정말 힘들어 미치겠네요



하룻동안 많은 댓글과 관심 주셨네요.. 모두 빠짐없이 읽어보았어요..감사합니다.
저희 철없는 어린아이들 아닙니다..
헤어져야한다는거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요.
너무나도 가슴 아픈건.. 우리가 지내왔던 시간들이, 오순도순 행복했던 나날들이 한순간에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끔찍하고 더러운 관계가 되어버렸다는거..
그 사람도 혹시 우리의 사랑을 아주 잠시나마 더럽다고 느꼈까봐.. 그게 참 가슴이 미어집니다.
남자친구는 계속 미안하다고 해요.. 남자인 자신이 조금 더 알아봤어야했는데 신경썼어야했는데 하면서..

엄마가 그러시더라고요. 제가 아주 어릴때, 남자친구 아버지가 아직 살아계셨을때 저희 외할아버지 생신에 한두번 온적 있으니 그때 아마 너희도 봤을거라고.. 그 후로는 전혀 만난적도 왕래도 없었으니 몰랐던건 당연하다고..그 후로 25년 이상이 지났으니까요..

요즘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남자친구를 하늘에 뺏긴 기분이에요.
내가 왜 결혼식에 데려갔을까.. 같이 안갔으면 지금쯤 아무것도 모르고 행복했을텐데.. 이번에 모르고 지나갔으면 상견례때 알았을까. 차라리 다행인건가..
홀어머니와 외롭게 자랐던 남자친구에게 어서 가족이 되어주고 싶었는데 이미 우린 가족이었네요..ㅎㅎ

조금후면 크리스마스여서 저희 몇주전부터 연극 예매해두고 데이트 할 생각에 설레왔습니다.
아마 이번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다시는 우연히라도 그 사람 못보겠죠. 지금까지 그래왔으니..
추천수37
반대수98
베플남자ㅁㅁ|2016.12.21 21:39
3년을 사귀고 결혼까지 생각했다면 성관계도 가졌을건데...그나마 임신 안한게 다행이라고 해야겠네.. 헤어지는건 당연한거고... 혼란스럽다고 할 문제 정도가 아님.
베플ㅇㅇ|2016.12.21 21:10
이건 생각할것도 없이 헤어지는게 맞는거 아닌가요?? 육촌은 그냥 가족이에요...남이 아니에요..가족끼리 결혼을 하진 않자나요..
베플|2016.12.21 20:39
어쩔수없죠. 헤어지셔야죠. 6촌이면 많이 가깝네요.
베플남자indifactory|2016.12.29 20:24
너무 늦게 댓글을 다는것 같지만 괴로워하고 있을 당사자에게 힘이 되길 바랍니다. 이걸먼저 생각해 보세요. 우리들은 남자와 남자, 동성간의 결혼까지도 개인차일뿐이라며 인정해줘야 된다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하물며 이는 남자와 여자의 결혼이지요. 글쓰신분의 고민은 이것이 부도덕한 것인지 괜찮은 것인지 스스로 판단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보다 본질적으로, 나는 상관없는데 주변에서 나쁜짓이라고 하니까 정말로 이게 나쁜짓인건지 두려운거죠,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시선이. 그것은 마치 우리가 어렸을때 성교육에 대해 무조건 섹스는 안돼!!라고 배워서 왜 안되는건지도 모르는 채 사람들이 나쁜거라고 하니까 나쁜거야 라고 생각하던 것과 비슷합니다. 예전엔 남자친구와 엉겹결에 잠자리를 가지고 난후에 섹스라는 단어가 주는 압박감에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던 시절이 있습니다. 지금 이 논의도 우리가 살면서 친척과 결혼한다는것에 대해 고민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미성숙한 자아가 가치관에 혼란을 주는 것입니다. 육촌이면 가까운 사이일까요 먼 사이일까요. 8촌은 가깝다고 하니 그럼 10촌쯤 되면 먼 사이 인걸까요? 그걸 누가 정해놓은 걸까요. 그것은 지극히 개인차입니다. 25년동안 한번도 본적이 없는데 가까운 사이라고요? 가족이라고요? 전쟁통도 아니고 불가항력적인 원인도 없이, 살면서 본적도 없고 기억도 못하는 사람인데 가족이라고요? 먼 사이 입니다. 수학적인 촌수 계산을 따지기 이전에 글쓴이 분의 마음에서 멀면 그게 먼 사이입니다. 농경사회라 8촌이 한마을에서 같이 살며 매일보며 농사짓던 시절도 아니고 이제와서 촌수를 따져 개인간의 관계를 억지로 묶어버리는 것은 우스운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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